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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O 잡, 어떻게 잡았나 — 2년의 삽질 끝에 (1)

꿀팀 2026. 4. 2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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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FIFO 일을 노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요즘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도 FIFO를 뛰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까. 근데 나는 5년짜리 비자를 손에 쥐고도 2년 동안 단 한 번도 콜백을 못 받았다.

SEEK, Indeed — 닥치는 대로 넣었다. 이력서도 몇 번을 고쳐 썼고, 포지션이 뜨면 놓치지 않으려고 알람도 걸어뒀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늘 침묵이었다.

한참 지나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아, 비자 단계에서 걸러지고 있구나. 영주권자도 아니고, 호주 현지 경력도 딱히 없으니, 스크리닝에서 튕겨나가는 게 당연했던 거다. 알고 보면 별것 아닌 이유인데, 그걸 2년 동안 모르고 벽에 머리만 박고 있었던 셈이다.

 

2년의 삽질 끝에 잡은 FIFO 잡

 

고민 끝에 Job 에이전트에 직접 연락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에이전트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내 일당에서 수수료 떼가는 구조가 영 마음에 안 들었거든. 근데 그때는 그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으니까. 여러 에이전트에 이메일을 뿌렸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됐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평소엔 받지 않는데, 그날은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직감이랄까.

 

   "Hello?"

   "000씨? 일자리 구한다고 했죠? 자리 있는데, 빠르면 다음 주에 바로 비행기 타고 갈 수 있는데. 가능해요?"

 

순간 멍했다. 다음 주?

 

    "네, 가능한데요... 2주 정도 시간이 필요해요"

    "네, 그럼 일단 범죄 이력 조회 서류 보내주시구요, 메디컬 체크부터 받읍시다."
    "네."

 

전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온다고? 나 2년 동안 뭘 한 거지?

마음의 준비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가족들한테 얘기했더니 와이프도 당황한 눈치였다. 너무 갑작스럽게 터진 거라 나도 실감이 잘 안 났다.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이랑 비교하면 시급이 세 배.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다만 2주마다 집을 비워야 한다는 것, 그게 마음에 걸렸다. 가족한테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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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끼는 게 맞다

지금 FIFO 일을 찾고 있다면, 나처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처음부터 에이전트를 통하는 걸 추천한다.

SEEK이나 Indeed 같은 구인 앱이 아예 쓸모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조건이 맞아야 한다. 영주권이 있고, 광산 관련 경력이나 자격증이 어느 정도 있다면 직접 지원해도 승산이 있다. 스크리닝을 통과할 최소한의 무기가 있는 셈이니까.


Indeed와 SEEK에 올라오는 FIFO 광산 구인공고 대부분이 "Australian citizen or permanent resident" 조건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워킹홀리데이 비자거나, 경력이 없다면? 솔직히 말해서 직접 지원은 시간 낭비에 가깝다. 나처럼 2년을 날릴 수 있다. 비자 단계에서 걸러지고, 경력 없으면 그다음 단계도 없다. 에이전트는 그 벽을 우회하는 루트다. 수수료 구조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현장에 발을 들여놓는 게 먼저다. 경력이 쌓이면 그다음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돌아보면 진작 할걸 싶다. 2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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